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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우현  
제목   

   소묘 '네온 십자가'/<보건소식> 1992년 11, 12월 호

  

              네온 십자가
            
                            보건소식 1992년 11,12월                            
    한 의사가 오진을 했다.  근육이 저절로 실룩거린다는 환자의 호소를 듣고
불길한 진단을 했다.   근육연축이라 해서 ALS(진행성 신경계질환의 일종)에서
볼 수 있는 한 증상이긴 하나 정상인에게서도 자주 볼 수 있는 것을 착각한 것
이다.   의사는 목숨이 5년 밖에 안 남았다고 심각하게 말했다.   환자는 청천
벽력 같은 이 생명 종말의 경고에 기가 막혔다.  그는 실망하여 직장도 그만두
고 가산을 팔아서 그날그날 술에 젖어 살았다.   기약(?)했던 5년이 지났는데
환자는 죽기는 커녕 어디 한군데 아픈 데도 없었다.   다만 빈털터리 신세에다
알콜 중독에 걸려있을 뿐이었다.  뒤늦게 의사의 오진을 알게 된 그는 화가 나
서 의사를 찾아갔다.    크게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의사를 죽여 버리리라 마
음을 먹고 씩씩거리며 병원 문을 박차고 들어갔더니 그 의사는 죽어 세상을 뜬
후였다.

    이것은 하나의 우스개다.  '휴거'니 '시한부 종말론'이니 하며 세상을 떠들
썩하게 했던 그 날자 10월 며칠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갔고 곧 성탄이 다가온다.
몸이 하늘로 승천할 것만을 기대하며 맹신하던 사람들은 지금 어떤 마음일까.  
밤에 밖을 내다보면 어두운 하늘에 여기저기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빨간
십자가 네온 불빛을 볼 수 있다.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보고 놀라는 것 중 하나가 교회가 참으로 많다는
것이라 한다.  성탄절이 다가오면 작은 전구로 십자가의 첨탑을 장식하는 풍습
이 등장한다.  교회에 따라 크게 어울리는 경우도 있고 어쩐지 어색하게 보이는
경우도 있다. 특히 상가 건물 옥상 위에 세운 작은 철탑십자가는 어딘지 여색한
느낌을 준다.  이들 상가 교회의 철탑은 천편일률적으로 생겼다.   작은 에펠탑
처럼 생긴 점과 중간 높이에 사방으로 교회 이름을 적은 간판을 설치한 점,  그
리고 십자가에 네온사인을 붙여놓은 점 등이 하나같이 꼭 같다.  심지어 한 건
물에 두 개의 교회당이 들어선 경우도 있다.

   거룩하고 경건한 마음을 갖게 해야 할 교회 철탑이 그렇지 못한 것은 슬픈
일이다.   독립문 옆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앞에서 길 건너로 바라보는 인왕산
과 상가 건물들, 그리고 길가에 늘어선 자동차들을 스케치해 보았다. 옥상에
서 있는 십자가들이 그림의 구도면에서는 하나의 포인트가 될지 모르겠으나
어쩐지 서글픈 느낌을 주은 것은 나만의 편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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