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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빨리 문닫고 싶다는 어느 병원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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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돌아보다] 빨리 문 닫고 싶다는 어느 병원의 사연


도티기념병원, 30년 무료진료 그만두게 된 이유 들여다보니…
서울시 은평구 응암동의 좁고 구불구불한 주택가 골목길을 한 참 지나다보면 낡고 오래된
3층 건물이 눈에 띈다. 건물 출입문에 붙은 '죠지이 도티기념병원'이란 푯말을 봐야 비로서
이 건물이 병원이란 것을 눈치챌 수 있다. 마리아수녀회가 운영하는 도티기념병원의
명칭은 미국인 사업가 조지 도티씨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1982년 6월 이 병원이 설립
당시 미국 뉴욕 골드만 삭스사의 중역이던 도티씨가 기부한 100만불을 자본으로 설립됐
기 때문이다.
올해로 설립 30년째를 맞이한 도티기념병원이 진료비 수납창구가 없는 병원으로
유명하다. 설립 당시부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찾아오는 모든
환자들을 무료료 진료한 탓에 수납창구가 필요없었다. 그런데 이 병원에 지난 8월부터
수납창구가 생겼다. 환자를 진료하고 본인부담금을 면제한 것이 문제가 됐다.
현행 의료법상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환자에게 본인부담금을 면제.할인해서는 안되는데
그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관할 보건소에 민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도티기념병원을 곤란하게 만든 것은 본임부담금은 받지 않으면서 건강보험 급여비는
청구했다는 사실이다. 엄연히 의료법 위반이다. 게다가 무료진료를 표방했지만 건강보
험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재정에서 급여비를 받아왔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도 없지않다.
수익 목적이 아니라 가난한 이들을 위한 공익적 목적이라도. 병원은 고민 끝에 지난
8월 10일부터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환자에게 본인부담금을 받기 시작했다.
본지는 도티기념병원이 30년을 이어온 무료진료 원칙을 중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이 병원의 본인부담금 면제와 건강보험 급여비 청구가 비난받을
일인지에 대한 판단은 온전히 독자의 몫이다.<편집자주>

[기획-돌아보다] 도티병원 무료진료 ‘10년은 합법·20년은 불법’




지하철 3호선 녹번역 3번출구를 나와 정확히 15분 가까이 걸었다.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무료진료를 하고 있는 ‘마리아수녀회 도티기념병원’에 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병원까지
가는 길에 저층빌라와 단독주택이 빼곡히 들어선데다 병원을 알리는 표지판도 하나 없어
지나가는 주민을 붙잡고 몇 번씩 위치를 물어야 했다. 약도를 잘 보고 와야 된다는 한 마
을 주민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묻고 물어 도티기념병원을 찾았다. 정문을 통과하면 마리아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알로이시오초등학교와 서울시꿈나무마을 건물이 보인다. 도티병원에 가려면 그 건물들
을 지나 언덕을 조금 더 올라가야 한다. 은평구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위치다. 병원 앞 마
당에서 밑을 내려다보며 일반인이 굳이 땀을 빼가면서 올 병원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24일, 기자가 도티병원을 찾은 건 30년을 이어온 무료진료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 사연을 알고 싶어서였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7월 은평구보건소
에 지역 주민으로부터 도티병원이 의료법을 위반했다는 민원이 접수되면서 시작됐다.



도티병원은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본인부담금을 면제해주고,
나머지 금액은 급여를 청구했다. 현행 의료법에는 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에서 규정된
본인부담금을 면제하거나 할인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도티병원이 30년간 외국인노동자나 독거노인 등에게 무료진료를 해온 사실을 알고 있는
은평구보건소는 병원의 본인부담금 면제 방법을 백방으로 알아봤다고 한다.

하지만 의료법 상 예외규정은 없다는 보건복지부의 유권해석을 받고 지난 8월
도티병원 측에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환자의 본인부담금을 받으라고 행정지도를 내렸다.

실제로 도티병원 정문과 접수처에는 은평구보건소의 행정지도문과 함께 앞으로
본인부담금을 받게 됐다는 안내문이 걸려있었다.

병원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권 글라라 수녀는 길을 찾느라 인터뷰 시간에 조금 늦게
도착한 기자를 차분히 맞았다. 권 수녀는 논란이 되고 있는 도티병원 사안에 대해서는
취재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재차 다짐을 받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권 수녀는 우선 도티병원의 역사를 상세히 알려줬다. 사실 도티병원은 소외아동들이
있는 알로이시오초등학교와 서울시꿈나무마을(서울시 소년의집, 마리아수녀회 인수
당시인 1970년대에는 서울시립아동보호소였음)을 학생들을 위해 지어졌다.

1970년대에 정부는 서울시에서 운영 중이던 시립아동보호소를 마리아수녀회에 위탁
운영토록 했다. 당시 시립아동보호소는 고아와 기아, 미아들을 수용, 보호하는 시설이
었다. 수녀회가 들어와 보니 아이들은 결핵부터 지체장애, 영양실조 등 건강상태가 매우
악화된 상황이었다.



▲ 도티병원 현관에 붙어 있는 행정지도 공문과 본인부담금 수령 안내문.

마리아수녀회 창설자인 알로이시오 신부는 아이들을 위한 병원을 짓기로 결심하고, 사방
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알로이시오 신부의 절친인 조지 도티(골드만삭스 이사장)가 선뜻
건축기금 100만달러를 쾌척했다. 도티는 그후에도 수녀회 후원을 계속해왔으며 올해부
터는 그의 아들이 후원하고 있다.  

올해로 30주년을 맞은 도티병원을 거쳐간 진료 환자만 196만여명에 수술 건수만 4만여
건에 이른다고 한다. 다른 병원에사 암 진단을 받고 돈이 없어 죽을 날만 기다리다가
도티병원에 와서 치료를 받은 환자도 많았다.

하지만 전국민건강보험이 도입되고, 의약분업이 시작되면서 환자 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또 지금은 대학병원 등에서 사회복지사업이 활발해지면서 환자 수 감소에 기여했다.
현재 도티병원 외래 환자 수는 일일 100명~200명 수준으로 2000년 초반 400~500명에
비하면 1/3 수준이다.  
  
권 수녀는 “건강보험 혜택이 그만큼 늘어 우리 병원 환자 수가 준 건 다행입니다. 다만
의약분업 이후 약이라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던 가난한 환자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을
땐 무척 속상했었죠. 지난 8월부터 본인부담금을 받아야 하는 우리로서는 또 그때 아픔
을 겪고 있어요. 물어물어 어렵게 찾아온 가난한 환자들이 본인부담금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발길을 돌리지 않을까 하고 마음이 무겁답니다”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연스럽게 도티병원의 의료법 위반 사안을 고발한 민원에 대한 이야기로 옮겨갔다.

권 수녀는 “오래된 고혈압이나 당뇨를 갖고 병원을 찾는 환자는 대부분 독거노인들이예요
. 이런 환자들에게 (행정지도 전에는)처방전이라도 무료로 써줬었는데 이제는 동네의원
보다 비싼 본인부담금을 받아야 되는거죠. (민원도)이것 때문에 생긴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이나 의료급여환자가 많냐고 묻자 "많지는 않아요. 이 분들이 내원하면 일일이
신원을 확인하고 소득 등을 파악하는데 너무 꼬치꼬치 캐묻지는 말라고 했어요. 입원 환
자는 재산이나 소득 수준을 기록하는 서류를 별도로 작성해야 돼요"라고 설명했다.

벤츠 타고 오는 환자도 있더라?



도티병원의 의료법 위반 사연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후 웃지못할 일도 있었다고 한다. 유명 방송사 뉴스에서 도티병원 얘기가 나가고 댓글이 수십개 달렸는데, 그 중에 도티병원에서는 부자도 치료한다면서 병원 주차장에 벤츠가 있는 것도 봤다는 제보도 올라왔다.

권 수녀는 “다들 그 댓글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누굴까 궁금하기도 하고. 그런데 우리 병원에 근무하는 정형외과 과장님의 친구 분이 잠깐 들른 거였대요. 정형외과 과장님이 한참을 미안해 하시더라고요.”라고 말하며 웃음을 지었다.

무엇보다 도티병원 소식이 여론화되면서 지역의 병원 의사들이 불편해하지는 않을까 고민이 된다고 한다.

“지역 병원의 의사 분들이 가뜩이나 어려운데 우리 일로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해요. 그분들이 우리 소식을 알면 속상할 것 같아요. 그래서 인터뷰든 뭐든 극구 사양하고 있는겁니다.”

온라인상에서도 도티병원 논쟁이 한창이다. 도티병원이 본인부담금 20%을 받지 않은 것은 실정법 위반이라는 부정적인 의견과 정부가 해야하는 공공의료의 공백을 메꾸고 있는데 80%의 급여비를 받는 건 당연하다는 의견이 서로 맞서고 있다. 권 수녀에 따르면 현재 도티병원의 급여비 수입은 병원 수입의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병원 운영은 재단 후원금으로 개원 이후 근 10년동안 이뤄져왔어요. 그러다가 급여비를 청구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한거죠. 청구를 시작하기 전 회의도 여러 차례 했어요. 의료보험증을 갖고 있지만 본인부담금을 내지 못할 정도의 가난한 사람들에겐 보험증은 그림의 떡인 거예요. 또 그들도 우리 병원에 뭔가 보탬을 주고 싶은데 우리가 급여비라도 청구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기뻐했어요. 수녀회에서도 그들이 우리를 도와줌으로써 공짜로 진료만 받는다는 부담을 덜고 자존감을 지킬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어요”

"병원 문 못닫는 이유는 외국인노동자들 때문"

인터뷰 도중에도 권 수녀의 휴대폰은 쉴 새 없이 울려댔다. 통화가 조금 길어져 응접실 창을 통해 바깥 풍경을 잠시 구경했다. 완연한 가을이었다. 운동장에서 초등학교 아이들의 뛰노는 소리가 들여왔다. 어느덧 통화가 끝났다. 화제를 돌려 어떤 환자들이 병원을 찾고 있는 지 물었다.

“환자 수가 줄고 있는 건 맞는데 외국인노동자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는거예요. 지금 79병동 중 절반이 차 있는데 50%가 외국인노동자들이죠. 대부분 불법체류자, 장기실직자 등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들입니다. 용인, 화성, 의정부, 심지어는 먼 지방에서도 그네들끼리 알음알음 찾아와요. 아직까지 이런 외국인노동자를 무료로 치료해주는 곳은 없어요. 우리가 병원 문을 못닫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죠.”  

현재 도티병원에는 모두 7명의 의료진이 근무하고 있다. 대학병원장까지 지내다 은퇴한 의사 등 경력이 화려했다.  

“산부인과, 정형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내과, 외과, 마취과 의사들이 상근하고 있어요. 거의 다 은퇴한 분들인데 경력도 화려하고 사랑도 많은 분들이죠. 정형외과 과장님은 워낙 설명을 살갑게 해서 할머니, 할아버지 팬들이 많답니다. 산부인과 과장님이 가장 바쁜데 분만건수가 많거든요. 대부분이 외국인노동자인데,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분만비를 내기 어려워 다 여기로 와요. 수술실 옆에 신생아실에 가면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을 볼 수 있답니다. 그런데 소아과 과장님은 요즘 일이 별로 없어요. 원내 아이들이 예전과는 다르게 건강해졌거든요. 소아과 과장님은 도티병원과 30년을 같이 한 산 증인이죠.”

마지막으로 도티병원이 꿈꾸는 미래는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의외의 답변이 나왔다.  

“병원이 빨리 문을 닫는거예요. 여기 저기 가난한 사람들을 무료로 진료해 주는 곳이 늘고, 외국인노동자도 굳이 우리 병원을 오지 않아도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병원이 많아지면 우리는 손을 떼야죠. 할 일이 너무나 많은데. 필리핀, 온두라스, 과테말라 등에서 수녀회가 나가 아이들 교육과 의료봉사를 하고 있지만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은 너무 많아요. 그렇게 보면 이제 한국은 부자죠. 봉사하는 의료기관이 많아져서 가벼운 마음으로 문을 닫게되는 그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 서의규 기자 sunsu@rapportia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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